1. 작업에 관해.
지이호(b.1996)는 ‘몸’이 물리적으로 존재하기에 동반되는 불안정성을 전제로 작업을 전개하며 ‘몸’과 ‘작품’이 물리적 존재로서 지니는 유사성에 주목한다. 작가는 이 둘을 동일시하며, 이에 따라 작품은 서거나 눕는 형태를 띠며 나이 들고, 다치며 회복하는 ‘몸’이 된다.
〈외과 의사〉, 〈환자, 의사〉, 〈양상자〉(2020)는 수술 중 사용되는 ‘수술포’를 소재로 몸의 비가시성을 환기한다. 외과의사는 수술포 구멍 안으로 환자 자신은 볼 수 없던 그의 몸을 들여다본다. 그러나 의사는 타인의 몸은 보지만 자신의 것은 들여다볼 수 없다. 스스로의 몸속을 볼 수 없는 인간은 그저 타자의 관찰에 의존해 자신의 몸을 상상해 볼 뿐, 신체 내부는 몸의 주체에게 가장 비가시적 영역으로 남게 된다.
〈황금 목발〉(2021)은 날개를 가진 신화적 대상을 차용해 치료와 진화를 경험하는 몸에 동반되는 불완전성을 다룬다. 일반적으로 그리스신화의 다이달로스와 이카로스, 그리고 성서 속 천사는 건강한 인간의 몸에 새의 날개를 지닌 모습으로 그려진다. 그러나 해부학적으로 직립보행과 비행은 양립될 수 없으므로 인간은 하늘을 날기 위해 원래의 신체 일부를 포기해야 한다. 이에 따라 다이달로스와 이카로스의 날개는 마치 황금으로 만들어진 목발과 같다. 이는 우아한 비행 장치인 동시에, 인간의 몸이 불완전해짐을 드러내는 보철장치가 된다.
〈아름다운 나사〉, 〈비너스〉, 〈후천적 천사〉는 미래사회의 몸에 대한 SF 적 상상을 바탕으로 전개된다. 현대의학과 과학기술은 물리적으로 실존하는 인간의 ‘몸’이 가지는 결핍을 극복하고자 한다. 그러나 첨단 과학의 수혜는 기술에 대한 접근성에 따라 불균형하게 돌아간다. 작가는 미래 인류의 몸이 기술과의 접촉 정도에 따라 다양한 형태를 띠게 될 것이라 예견한다.
작가는 완벽하거나 안정적이지 못한 ‘몸’을 연상하는 ‘몸이 된 작품’, 그리고 이러한 ‘몸’이 치료와 진화라는 이름의 첨단 기술을 통해 겪을 변화를 가늠한다. 각 시리즈는 독립성을 가지고 맥락을 유지하거나 확장하며 전개된다.
1. About Work.
Jiiho (b.1996) develops work on the premise of instability accompanied by the physical existence of the "body" and pays attention to the similarities between the "body" and the “art work" as physical beings. The artist identifies the two, and accordingly, the work takes the form of standing or lying down, and becomes a "body" that grows older, gets hurt, and recovers.
〈Surgeon〉, 〈Patient, Surgeon〉, and 〈Sheep box〉 (2020) evokes the invisibleness of the body with the subject of a "surgical drape" used during surgery. The surgeon looks into his body, which the patient himself could not see through the hole in the surgical drape. However, surgeons can see other people's bodies but can't look into their own. Humans who cannot see their bodies simply rely on the observation of others to imagine their bodies, and the inside of the body remains the most invisible area for the body's subject.
〈Golden crutches〉 (2021) deals with the imperfections accompanying the body experiencing treatment and evolution by borrowing a mythical beings with wings. In general, Daedalus and Icarus in Greek mythology, and angels in the Bible are depicted as having bird wings on a healthy human body. However, anatomically upright walking and flying are incompatible, so humans must give up part of their original bodies to fly in the sky. Accordingly, the wings of Daedalus and Icarus are like crutches made of gold. This is an elegant flying device, and at the same time becomes a prosthetic device that reveals that the human body becomes incomplete.
〈Beautiful Screw〉, 〈Venus〉, and 〈Acquired Angel〉 are developed based on science fiction imagination about the body of the future society. Modern medicine and science and technology try to overcome the deficiency of the human "body" that exists physically. However, the benefits of advanced science go disproportionately depending on accessibility to technology. The author predicts that the human body in the future will take various forms depending on the degree of contact with technology.
2. 작업 노트 (2021)
앞날을 점치는 과학은 유전자 치료, 사이보그 그리고 암의 종말을 노래한다. 어쩌면 이미 불안정하게 설계된 몸도 그런 홀가분한 신체 상태에 도달할지 모른다. 하지만 자극적인 예언은 아직 우리가 배고프고, 아프고, 늙어가고 있다는 전제를 가려나간다. 완벽하게 건강한 몸을 소유하지 못했던 모두의 경험은 예언이 특이점을 넘어가는 순간 공감의 효력을 잃어버릴 것이다. 이미 누군가의 몸이 마스크를 벗고 축구를 관람할 때 어느 누군가는 숨이 멈춰 공터에 묻혔다. 과학의 수혜는 지구 한바퀴를 불균형하게 뛰어간다. 나와 당신의 신체적 간극이 자꾸만 벌어져 가는 가운데, 그럼에도 예언이 아직 뿌리 뽑지 못한 몸의 근본적 불완전함을 더듬어 서로의 삶을 조금 더 공감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2. Note (2021)
The science of predicting the future sings about gene therapy, cyborg, and the end of cancer. Perhaps even an already unstable body will reach such a relaxed state. However, provocative prophecies still determine the premise that we are hungry, sick, and aging. Everyone's experience of not owning a perfectly healthy body will lose the effect of empathy the moment the prophecy crosses the singularity. When someone's body already took off its mask and watched soccer, someone stopped breathing and was buried in an empty space. The benefits of science run disproportionately around the Earth. While the physical gap between me and you continues to widen, I hope that we can sympathize with each other a little more by fumbling with the fundamental imperfections of the body that the prophecy has yet to root out.
3. 작업에 반영된 관점들.
작품과 몸, 또는 작품과 인간을 매우 대등한 선상에 둡니다.
- 작품과 인간 모두 과도기적인 대상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드로잉, 에스키스, 재료 실험 결과물 또한 작업의 일부로 다루고 최종 작품과 동등한 위계로 바라봅니다. 기존에 완성했다고 생각했던 작품도 필요에 따라 그 상태에서부터 새로운 진행을 과감히 추가합니다. 인간도 이와 마찬가지로, 필요성을 느낀다면 꼭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작품과 인간 모두 얼마든지 멋있어질 수도, 얼마든지 구려질 수도 있기에 긴장감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작품의 제작 연도를 완성 시점보다는 출생 연도와 같은 것으로 바라봅니다. 그리고 처음 만들어진 시점의 모습으로 작품의 상태를 고정할 절대적 필요성이 있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작품도 크고, 아프고, 치료받고, 회복하고, 변화할 수 있는 대상으로 바라봅니다.
- 모든 물리적인 대상의 수명은 순전히 운에 따른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작품의 내구성과 보존성에 집착하는 대신 이야기하고자 하는 몸의 물리적인 성질을 ‘작품의 몸’으로 재현하는 데 초점을 둡니다. 이에 따라 밀랍, 기름, 화장품, 자연물 등 다소 불안정한 물질도 재료로 실험합니다. 작품의 운이 좋다면 필요한 보철 장치와 부지런한 작가의 손길을 모두 이어받아 오랫동안 물리적인 상태를 유지할 겁니다. 인간의 수명도 이와 마찬가지로 신체의 내구성과는 완전히 일치하는 인과관계를 가지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3. Perspectives reflected in my work.
Put the work and the body, or the work and the human being on a very equal footing.
- I think both the work and the human being are transitional objects. So we also deal with drawing, esquis, and material experimental results as part of the work, and we look at them as a hierarchy equivalent to the final work. Even works that were previously thought to have been completed will be boldly added to the new progress from that state as needed. Likewise, I think humans should try new things if they feel the need. In the end, I think both the work and the human can be as cool as possible or as lame as possible, so you can feel nervous.
- The year of production of the work is viewed as the same as the year of birth rather than the time of completion. And I don't think there's an absolute need to fix the state of the work in the way it was first created. I look at the work as an object that can be big, sick, treated, recovered, and changed.
- Lifespan of all physical objects is purely luck-based. So instead of sticking to the durability and preservation of the work, the focus is on reproducing the physical properties of the body that you want to talk about as the "body of the work." As a result, rather unstable substances such as wax, oil, cosmetics, and natural objects are also tested with materials. If you're lucky with your work, you'll take over all the prosthetic devices you need and the hands of a diligent artist and remain physical for a long time. I don't think human lifespan has a causal relationship that is completely consistent with the durability of the body.